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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
Josee, the Tiger and the Fish, ジョゼと虎と魚たち

로맨스/멜로/드라마

2004.10.29 개봉

117 / 15세 이상 관람가
감독 이누도 잇신
출연 츠마부키 사토시, 이케와키 치즈루, 우에노 주리, 아라이 히로후미, 신야 에이코

 

 

 

 

 

 

 

 

 

 

 

 

 

※영화의 내용과 결말이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일러에 예민하신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모든 의견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의 영화는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누도 잇신' 감독의 작품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다. 국내에서 당시 소규모로 개봉하였으나 좋은 성적을 거두어 상영을 연장하게 되었으며 현재까지 두 차례나 재개봉을 한 만큼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 중 하나다. 2020년에는 애니메이션 버전으로도 개봉했고 우리나라에서 '남주혁'과 '한지민' 주연으로 리메이크되어 만들어지기도 했다.


시놉시스

(다음영화 참고)

"이름이 뭐야?"
"조제."

심야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츠네오는 손님들로부터 할머니가 끌고 다니는 수상한 유모차에 대해 듣게 된다. 어느 날, 소문으로만 듣던 그 유모차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고 조제라는 이름의 한 여자를 알게 된다.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보고 싶었어."
강렬했던 첫 만남 이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호랑이, 물고기 그리고 바다를 보고 싶었다던 조제. 그런 그녀의 순수함에 끌린 츠네오의 마음에는 특별한 감정이 피어난다.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다시 고독해지고.. 모든 게 다 그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뜨거운 감정을 나누는 날들도 잠시, 츠네오와 조제는 이 사랑의 끝을 예감하게 되는데...


줄거리

 

'츠네오'는 마작방에서 알바를 하는 대학생이다. 하루는 알바를 하던 중, 손님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듣게 되는데 그 내용은 바로 어떤 할머니가 저녁만 되면 유모차를 끌고 나와 동네를 산책한다는 것. 손님들은 그 안에 뭐가 있는 건지 궁금해하며 마약, 돈 등으로 추측을 하지만 그것을 알 수는 없는 노릇.

 

그러다 '츠네오'는 퇴근길 새벽에 골목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오는 유모차를 발견하고 그 안에 한 소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할머니는 하반신 불구인 손녀를 매일 사람이 없는 시간대에 유모차에 싣고 산책을 시켜주고 있었던 것이었고 '츠네오'는 그날의 인연으로 그녀의 집에 드나들며 밥을 얻어먹기 시작한다.

 

그녀의 이름은 '구미코', 하지만 본인 스스로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에서 따온 이름 '조제'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츠네오'는 '조제'의 집을 종종 방문해 함께 밥을 먹고 책을 읽는 등 시간을 보내면서 그녀와 가까워지고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나 '츠네오'에게 여자 친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조제'는 그에게 왠지 모를 배신감을 느끼고 그를 멀리 하기 시작한다. '츠네오'는 영문도 모른 채 문전박대당하고 그렇게 둘의 관계는 끝나는 듯했으나 시간이 흐르고 '츠네오'는 '조제'의 할머니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듣는다.

 

'조제'가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기가 벅찰 것이 걱정된 '츠네오'는 바로 그녀의 집으로 찾아가지만 여전히 그에 대한 마음이 풀리지 않아 보이는 '조제'. 그녀는 끝내 '츠네오'에게 가라는 말을 뱉지만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서운함을 내비친다.

 

"가란다고 진짜 가는 놈이라면 빨리 가 버리라고!"

 

이제야 '조제'의 마음을 알게 된 '츠네오'는 그녀를 안아주고 둘은 진짜 연인이 된다. 이후 '조제'는 남자 친구가 생기면 꼭 제일 무서운 걸 보고 싶었다며 호랑이를 보러 '츠네오'와 함께 동물원에 가기도 하고 나름대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지내게 된다. 그리고 1년이 지난다.

 

취직에 성공한 '츠네오'는 길을 가다 우연히 알바 중인 전 여자 친구 '카나에'를 마주치게 되고 그녀와 잠시 대화를 나누며 힘든 '카나에'의 사정을 듣고는 마음이 조금 흔들린다. 그 후, '츠네오'는 '조제'를 가족들에게 소개해주겠다고 마음을 먹고 함께 제사 자리에 가기로 하는데 가는 길에 들르기로 했던 수족관이 개장을 안 하는 바람에 '조제'는 크게 실망한다.

 

'츠네오'는 '조제'의 그런 모습과 짜증을 듣고 흔들렸던 마음이 더 커지게 되고 결국 가족에게로 가던 길을 가지 않기로 한다. 알 수 없는 거리감이 생긴 두 사람은 발길을 옮겨 바다로 향하고 물고기 테마의 숙소에서 추억을 쌓는다.

 

둘은 결국 담담한 이별을 맞이하고 '츠네오'는 '카나에'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남겨진 '조제' 또한 자신의 삶을 꿋꿋이 살아간다.

 

"헤어진 뒤 친구가 되는 여자도 있지만, '조제'는 아니다. '조제'를 만날 일은 다신 없을 것이다."


평가 및 감상

 

'조제'

 

'조제'는 그녀가 읽던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한 달 후, 일 년 후>의 주인공 이름이다. 그녀는 왜 '구미코'라는 이름을 두고 소설 속 이름인 '조제'로 자신을 소개한 것일까.

 

"

언젠가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 거야

베르나르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겠지

우리는 또다시 고독해지고

그래도 마찬가지일 거야

또다시 흘러가 버린 1년의 세월만 남아 있을 뿐

 

네, 알아요

조제가 말했다

"

 

소설 속의 '조제'는 외로움과 이별에 대한 두려움이 없이 그저 담담하게 반응하는 인물이다. 그런 '조제'는 하반신 불구로 살아가는 '구미코'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다. 자신에게 닥쳐오는 어려움과 아픔을 받아들이고 그래도 나아가는 자세, 그것은 '구미코'가 '조제'를 자신에게 투영한 이유가 될 것이다. 그렇게 '구미코'는 '조제'가 된다.

 

"

몇 살 때였을까

열넷, 열다섯 무렵

그녀는 포플러 나무 아래 누워 두 다리를 얹고

바람에 흔들리는 수많은 잎사귀를 보았다

바람은 높은 곳에서

날아갈 듯 가느다란 나무 꼭대기를 살짝 흔들어

인사하게 했다

"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호랑이'는 '조제'가 가장 무서워했던 것이다. 달리 말해 '호랑이'는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조제'가 헤쳐나가야 할 세상과 다름없다. '조제'는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무서운 걸 보고 싶었다고 하며 '호랑이'를 보는 것은 곧 그녀가 '츠네오'를 통해 그토록 두려워하던 세상으로 나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

눈 감아봐. 뭐가 보여?

그냥 깜깜하기만 해

그곳이 옛날에 내가 살던 데야

어딘데?

깊고 깊은 바닷속

난 거기서 헤엄쳐 나왔어

.

.

그곳은 빛도 소리도 없고 바람도 안 불고 비도 안와

정적만이 있을 뿐이지

외로웠겠다

별로 외롭지도 않아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냥 천천히 천천히 시간이 흐를 뿐이지

난 두 번 다시 거기로 돌아가지는 못할 거야

언젠간 네가 사라지고 나면

난 길 잃은 조개껍데기처럼 혼자 깊은 바다 밑에서

데굴데굴 계속 굴러다니게 되겠지

그런데 말이야 그것도 나쁘진 않아

"

 

'물고기'는 '조제'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조개껍데기'다. 어두운 바닷속처럼 암울하게 지내왔던 '조제'를 '츠네오'가 건져주었고 '츠네오'를 통해 가장 두려워했던 세상을 극복해냈고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가지 못할 정도로 세상을 배웠다. 하지만 '조제'는 알았다. '츠네오'가 언젠간 자신을 떠날 것이라는 걸. 그래도 '조제'는 말한다.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츠네오'가 그녀를 떠나기 전부터 '조제'는 이별을 직감했다. 그리고 이별을 준비했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를 떠나보내는 마지막 순간에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마치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츠네오'는 초반에 가벼운 인물로 그려지며 마지막 순간에도 '조제'에게서 도망치는 것이라고 말하며 전 애인에게로 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츠네오'가 '조제'를 가볍게 여긴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가 '조제'를 떠올리며 오열하는 장면에서 알 수 있다. 헤어져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관계가 아닌 다시 볼 수 없을 '조제'를 두고 도망친 자신에게 흘리는 눈물 이리라.

 

'구미코'는 '츠네오'라는 사랑을 떠나보내고도 바다 깊은 곳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저 '조개껍데기'처럼 데굴데굴 굴러다닐지라도 그녀는 이제 혼자서 '호랑이'를 아니, 더 무서운 것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구미코'는 비로소 '조제'로 거듭나게 된다.


총평

 

솔직히 말하자면 영화의 명성에 비해서 개인적인 감상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생각보다 별거 없었달까. 하지만 그렇기에 이 영화가 싫지 않았다. 잔잔하고 담백한 이야기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나간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또 그걸 잘 표현해주고 전달해준 두 배우의 역량도 아주 훌륭하다.

 

영화를 보다 보면 꽤 불편하거나 거슬리는 연출도 물론 존재한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정말 훌륭하고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사랑이라는 감정과 이별의 과정을 통해 전달하는 그 먹먹함은 굉장하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직접적으로 말은 안 하지만 서로 이별의 신호를 주고받는 장면들은 그들이 여태껏 쌓아 올린 감정을 한 번에 붕괴시키고 그 무너진 감정은 나의 감정까지 무겁게 누른다.

 

'츠네오'는 어떻게 보면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도망치면서도 '조제'를 떠올렸고 다시는 그녀를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츠네오'는 마음 한켠에 다시 못 볼 그녀를 품고 '조제'의 곁에는 그가 없이 '나쁘지 않은' 삶을 살아갈 것이다.

 

각자의 '조제'를 품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이 영화를 다시금 꺼내어 봤을 때, 또 다른 감정을 느끼며 여러 가지 생각들을 떠올리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일단 나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이걸 봐 말아"


👍 "가슴 먹먹해지는 아련한 로맨스"

 

👎 "불-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

3.5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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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점 :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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