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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미(2013)
Enemy

SF/드라마

2014.05.29 개봉
91 /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제이크 질렌할, 멜라니 로랑, 사라 가던, 이사벨라 로셀리니, 스티븐 R. 하트

 

 

 

 

 

 

 

 

 

 

 

 

 

 

※영화의 내용과 결말이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일러에 예민하신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모든 의견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의 영화는 <프리즈너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컨택트> 등을 연출한 캐나다의 감독 '드니 빌뇌브'의 작품 <에너미>다. 이 영화는 '눈먼 자들의 도시'로 유명한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도플갱어'라는 작품을 원작으로 했으며 말 그대로 자신과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를 만난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에너미>는 그가 할리우드에 입성한 후, 두 번째 작품인데 영화의 연출 자체가 다소 난해해서 흥행은 하지 못했다. 실제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엔 무리가 있는 영화이긴 하다.


줄거리

 

나체의 여성들을 지켜보는 남자들. 그리고 그중 한 남자(제이크 질렌할). 그는 그곳에서 무얼 하는 걸까.


그 남자는 바로 '아담'. 그는 대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수다. 그는 일상에 찌들어 학교와 집만 오가는 생활을 이어가는데 그런 그의 곁에는 여자친구 '메리'가 함께 하고 있다. 그러나 형식적으로 반복되는 잠자리를 가지는 둘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비어있는 모습이다.

 

그러던 어느 날, 동료가 추천한 영화를 보다가 영화 속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한 남자를 보게 되는 '아담'. 알아본 결과 '아담'은 그가 배우 '앤서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담'은 자신과 닮은 수준이 아니라 아예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라 그의 소속사에 찾아간다. 그에게 말을 거는 경비원.

 

"이게 얼마만이에요. 6개월?"

 

그리고 '아담'은 소속사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앤서니' 앞으로 온 우편을 전달받고 황급히 그곳을 빠져나간다. '앤서니'를 만나지 못했으나 그를 꼭 만나고 싶어 하는 '아담'은 집요하게 그를 추적한다. 결국 그의 집주소와 전화번호까지 알아내는 데에 성공한 '아담'은 그의 집 근처 공중전화로 전화를 건다.

 

그러나 그의 전화를 받은 사람은 '앤서니'의 아내 '헬렌'. '헬렌'은 '아담'의 목소리를 듣고 '앤서니'가 장난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담'은 결국 전화를 끊어버린다.

 

'아담'은 집에 돌아와 다시 전화를 걸어보는데 이번에는 '앤서니'가 받는다. '앤서니'는 이미 '헬렌'에게 들었는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화를 내고 '아담'은 다짜고짜 전화를 한 것에 대해 사과하면서 만나자고 얘기한다. 한편, '앤서니'가 '아담'과 전화를 하는 것을 본 '헬렌'은 그가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난 것이라 의심하게 되는데..

 

그날 밤, '헬렌'은 '앤서니'가 적어놓은 메모에 '아담'의 이름과 직업이 적힌 걸 발견하게 되고 그가 일하는 학교로 찾아가기로 한다.

 

'아담'의 학교로 찾아간 '헬렌'. 그녀는 '아담'이 정말 '앤서니'와 똑같이 생긴 걸 보고 충격에 빠진다. 심지어 자신을 못 알아보는 듯한 반응으로 그녀는 정말 자신의 남편인 '앤서니'와 똑같이 생긴 남자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고민 끝에 '앤서니'는 '아담'을 만나보기로 하고 그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는다. 그렇게 서로를 마주하게 된 '아담'과 '앤서니'. 둘은 생김새와 목소리, 그리고 흉터까지도 완벽하게 똑같았는데 '아담'은 막상 그를 마주하니 큰 공포가 밀려와 그 자리를 벗어나버린다.

 

반면, '앤서니'는 '아담'을 본 후 그가 궁금해져 그의 뒤를 밟다가 그의 애인 '메리'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흑심을 품게 되는 '앤서니'. 그는 '메리'를 어떻게 한번 해보겠다는 마음에 '아담'과 다시 만나기로 결심한다.

 

한편, '아담'은 불안한 마음에 어머니에게 찾아가고 어머니는 그런 '아담'을 위로해준다. 하지만 그런 안정도 잠시 '아담'이 집으로 돌아가자 그를 찾아온 '앤서니'. 그는 다짜고짜 '아담'에게 자신의 부인인 '헬렌'과의 내연을 추궁하며 자신도 똑같이 '메리'에게 하겠다고 얘기한다. (물론 내연 사실은 '앤서니' 본인의 연기다.)

 

그렇게 결국 두 사람은 하루 동안 상대방의 인생을 살기로 한다.

 

'앤서니'는 '메리'를 만나 '아담'인 것처럼 분위기를 잡는다. 그런데 '앤서니'의 손에 반지 자국이 있는 걸 본 '메리'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그가 '아담'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다. 결국 '앤서니'는 '메리'를 집으로 데려다주는데 둘은 격해지는 감정을 이기지 못해 차에서 다투게 되고 결국 차가 전복되어 사망하고 만다.

 

한편, '아담'은 '헬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아담'을 위로하듯 곁에 있어주는 '헬렌'. 그녀는 그가 '앤서니'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둘은 사랑을 나누는데..

 

다음날, '아담'은 이전 '앤서니'의 소속사에서 받았던 우편을 뜯고 그 안에서 열쇠를 꺼낸다. 그리고 뭔가 떠오른 듯, '헬렌'에게 외출하겠다며 그녀를 부르지만 방에 들어가서 아무 말이 없는 그녀. '아담'은 무슨 일인가 하고 가보는데 '헬렌'은 없고 방 안에는 거대한 거미가 그를 지켜보고 있다.


해석 및 평가

 

내가 만든 또 다른 나

 

해석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담' 즉, '앤서니'는 각각의 인물이 아닌 한 사람의 정신분열로 인해 만들어진 또 다른 자아이다.

 

그렇다면 누가 진짜일까?

 

많은 사람들이 '아담'이 진짜고 '앤서니'는 '아담'이 만들어낸 허상 또는 다른 자아라고 해석하지만 난 생각이 다르다. '앤서니'가 '아담'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첫 장면에서 어떤 어두운 공간 안에서 고뇌하듯 비춰지는 남자는 반지를 낀 것으로 알 수 있듯이 '앤서니'이다. 그는 수많은 남자들이 나체의 여성들을 관음 하는 정도로 보여진다. 특히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여자들 중 하나가 은쟁반 위에 담겨져 나온 '거미' 한 마리를 구두로 짓밟는 장면이다.

 

이 장면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앤서니'가 욕망에 가득 찬 인물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는 아니라는 점이다.

 

'헬렌'은 '앤서니'의 아내다. 그녀의 대사로 알 수 있는 것은 '앤서니'가 바람을 피우다 걸린 과거가 몇 차례 있고 최근에 꽤 마음을 주고받다가 들통난 듯 '그 여자'라고 언급을 하기도 한다. 여기서 '그 여자'는 '아담'의 여자친구인 '메리'다. '앤서니'는 또 다른 자아인 '아담'의 모습으로 '메리'와 교제하고 있는데 사실 '메리'도 가짜다.

 

그리고 '앤서니'의 이러한 정신분열을 '헬렌'은 알고 있는 눈치다.

 

'앤서니'는 '아담'을 자신과 완전히 다른 자아로 만들었다기보다는 자신 고유의 특징들을 두 사람에 나누었다고 볼 수 있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앤서니'는 배우의 꿈을 가진 대학의 교수다. 그런 그가 그 꿈에 대한 좌절감과 결혼생활에 대한 회의감, 무엇보다 내재된 욕망이 '아담'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아담'에게는 대학교수라는 직업을 주고 '앤서니' 본인은 배우라는 허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러한 정신분열을 알 수 있는 장면은 바로 '아담'이 엄마를 만났을 때다.

 

"여자 하나론 부족한 거니?"

'앤서니'가 결혼을 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먹어라." / "블루베리 싫어해요." / "좋아하잖니."

영화를 보면 '앤서니'는 블루베리를 좋아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것으로 그의 원래 모습이 '앤서니'이며 정신분열로 새로운 취향의 '아담'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보여준다.

 

"존경받는 직업에 좋은 집도 있잖니. 그 삼류 배우 판타지에서 깨어나야 돼."

배우라는 꿈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으며 그런 열망이 자신을 배우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메리'의 존재를 알게 된 '앤서니'는 그녀에 대한 욕망을 갖기 시작한다. 심지어 그녀를 한번 탐하기 위해 거울을 보고 연기하기까지 한다. (거울 - 결국 대화하는 건 자신이라는 것을 암시)

 

이것으로 '앤서니'는 일부러 '아담'과 '메리'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앤서니'가 욕망에 휩싸여 남의 여자를 탐하는 일탈을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 말로는 절망적이다. 그 분열의 승자는 '아담'이었다. '메리'는 '앤서니'의 반지 자국을 보고 의심을 해대고 둘은 결국 다투다가 사고로 죽어버린다.

 

혐짤

남게 된 '아담'과 '헬렌'. '헬렌'은 불안해 보이는 그에게 말한다.

 

"학교에선 잘 지냈어?"

'헬렌'은 상대방이 '앤서니'의 정신분열이 만들어낸 '아담'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한 눈치다.

 

둘은 분위기에 이끌려 사랑을 나누고 다음날이 된다. '앤서니'로의 하루를 산 '아담'은 본인 외 개봉 금지라 쓰여있는 '앤서니'의 우편을 열어버린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열쇠. 이 열쇠는 초반에 '앤서니'가 들어갔던 비밀 클럽의 열쇠다. '아담'이 생판 다른 사람이라면 이 열쇠의 용도를 모를 터, 하지만 '아담'은 이 열쇠를 보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헬렌'에게 외출할 곳이 있다고 말한다. 그에게서 완전히 죽어버린 '앤서니'가 깨어나는 순간이다.

 

대답이 없는 '헬렌'의 방으로 가는 '아담'. 하지만 그곳엔 '헬렌' 대신 겁에 질린 거미가 그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앤서니', '아담'의 허상이었다.

 

???

 

'앤서니'는 왜 허상을 만들어낸 것일까. 그리고 왜 '아담'이 남은 것일까.

 

난 '앤서니'가 그 욕망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렇기에 자신과 반대되는 성향의 '아담'을 만들어내고 '아담'으로서 '헬렌'과 살아가기 위해 욕망과 헛된 꿈의 자아인 '앤서니'를 죽여버린 것이 아닐까. 물론 '아담'에게서 마지막에 '앤서니'의 자아가 깨어나긴 했으나 의도는 그랬을 것이다.

 

사실 어디서부터 허상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앤서니'는 삶에 대한 회의감으로 많은 욕망에 기반해 이러한 상상들을 해낸 것이다. 사실 '아담'을 중심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뭐 사실 다 꿈! 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난 '앤서니'가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거미

 

이 영화의 상징처럼 등장하는 거미는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비밀클럽에서 여자가 짓밟는 거미, 거미의 얼굴을 하고 있는 한 여자, 도시를 누비는 거대 거미, 마지막 '헬렌'의 방에서 등장하는 거미. 총 4번 등장하는 거미는 '앤서니'의 죄책감이나 억압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앤서니'는 초반에 자신을 옥죄는 감정을 여자가 밟음으로써 욕망을 깨우고 그 후 계속하여 등장하는 거미는 그에게 죄책감을 상기시켜준다. 그리고 그 절정이 마지막 거미로 변한 '헬렌'의 모습이다. 결국 욕망에서 벗어나 자신이라는 적에게서 승리한 '아담'. 하지만 열쇠를 보고 그는 다시 '앤서니'가 되고 '헬렌'을 거미로 만들어버린다.

 

그렇기에 거미는 그의 죄책감이자 욕망을 비춰주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총평

 

이제 영화 외적으로 보자. 영화가 굉장히 불친절하고 어렵다. 그냥 생각 없이 보기엔 무리가 있을 정도로 깊은 해석을 요구하는 영화임이 확실하다. 이 영화의 감독인 '드니 빌뇌브' 답게 어두운 분위기로 작품을 만들어냈으며 동시에 꽤 어려운 방식으로 영화를 전개해나간다.

 

대체로 그런 요소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한다. 상징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영화의 장면이 어떻게 해석되는지, 어떤 의미를 담은 영화인지. <에너미>는 잘 해냈을까.

 

난 잘 해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단 두리뭉실한 상징과 과한 연출은 관객의 피로도만 높였고 호불호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내가 그릇이 안 되는 건지 사실 이거 해석하고 포스팅하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을 정도로 어려운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감히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만큼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좋았던 점은 '제이크 질렌할'의 호연과 치밀한 짜임새, 또한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해도 감독이 드러내려고 하는 의미들을 곱씹어볼 때 느껴지는 흥미로움이다. 특유의 분위기나 긴장감만 봐도 재밌는 영화로 느낄 수 있긴 하지만 해석하고 난 뒤의 희열이 더해져 이 영화도 나쁘지 않은 평가를 내릴 수 있게 된다. 물론 해석에 정답은 없다.



"이걸 봐 말아"


👍 "영화 보고 해석하는 거 좋아해요"

 

👎 "어려운 영화는 좀.."

 

에너미(2013)

3.5 / 5

 

★★★☆

 

혹시나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영화 점수의 기준을 간략하게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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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점 : 완벽, 다시 봐도 좋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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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점 : 단점이 장점을 삼킨 영화
1.5점 : 눈살이 찌푸려지는 영화
1점 : 기억하고 싶지 않은 영화
0.5점 :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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