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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

Alice In Earnestland

드라마

2015.08.13 개봉

90 /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안국진

주연 이정현, 이해영, 서영화, 동방우, 이준혁, 지대한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일러에 예민하신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이 영화에는 다소 잔인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의 영화는 아무리 성실하고 열심히 해도 행복하기 어려운 현실을 잔혹하게 표현해낸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다. 이 영화는 제작비 총 3억 원가량의 독립영화지만 선공개되었던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주연인 '이정현' 또한 호평을 받아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참고로 이때 여우주연상 후보는 <암살>의 '전지현', <차이나타운>의 '김혜수', <무뢰한>의 '전도연', <뷰티 인사이드>의 '한효주'였다.


줄거리

(다음영화 참고)

미안해요, 그러니까 내가 죽이는 거 이해해주세요.
전 그저 행복해지고 싶을 뿐이에요.


제가 이래 봬도 스펙이 좋거든요.
제 자랑은 아니지만 자격증이 한 14개?
어렸을 때부터 손으로 하는 건 뭐든지 잘했어요~
근데 결국 컴퓨터에 일자리를 뺏겼죠.
그래도 다행히 취직도 하고, 사랑하는 남편까지 만났어요.
그래서 둘이 함께 살 집을 사기로 결심했죠.
잠도 줄여가며 투잡 쓰리잡 열심히 일했어요.
근데 아무리 꾸준히 일해도 빚은 더 쌓이더라고요.
그러다 빚을 한방에 청산할 기회가 찾아왔는데!

왜 행복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자꾸 생기는 걸까요?
이제 제 손재주를 다르게 써보려고요.
더 이상 당하고만 있지 않을 거예요!

5포 세대에 고함!
열심히 살아도 행복해질 수 없는 세상,
그녀의 통쾌한 복수가 시작된다!


 

영화의 시작은 '수남'(이정현)이 한 상담사 '경숙'(서영화)을 찾아가며 시작된다. '경숙'은 상담시간이 끝났다며 '수남'을 내보내려 하지만 '수남'은 '경숙'을 의자에 묶어버리고 칼로 위협하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생고기까지 먹인다. 그리고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수남'은 힘들었던 어린 시절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스스로 엘리트가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손재주를 살려 자격증들을 많이 땄지만 컴퓨터가 있는 한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았다. 결국 '수남'은 작은 공장의 회계일을 맡게 되고 그곳에서 청각 장애가 있어 보청기를 끼고 다니는 '규정'(이해영)을 만나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둘은 아기를 갖기 전에 집을 사서 떳떳한 부모가 되고 싶어 했고 그래서 둘 다 열심히 돈을 벌었다. 하지만 '규정'의 청각이 점점 나빠지면서 수술이 불가피해지고 당장의 내 집 마련의 꿈은 접은 채 귀에 전기신호를 보내주는 인공 와우 수술을 하게 된다. 성공적으로 끝난 수술이지만 하필 '규정'이 일을 하던 중에 와우에 문제가 생겨 손가락이 절단되고 만다.

 

'수남'은 그 모든 일에 자책감을 느끼고 집을 마련할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돈을 벌 수 있는 일들을 몸 사리지 않고 해낸다. 하지만 집 값은 그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고 결국 대출로 집을 사게 된다. 일을 하느라 손이 많이 상한 '수남'을 보고 '규정'은 눈물을 흘리며 여러 감정을 표출하지만 앞으로도 암담할 현실 앞에 목을 매달아버린다.

 

뒤늦게 '수남'이 목을 매단 '규정'을 발견해 구해냈지만 그는 식물인간 상태가 돼버린다. 부담될 병원비 때문에 병원 측에서는 존엄사를 권유하지만 '수남'은 '규정'이 깨어날 거라는 믿음 때문에 거절한다. '수남'은 병원비와 대출 빚을 갚기 위해 살던 집을 세주고 자신은 고시원에서 사는 것을 택한다. 그러던 '수남'에게 재개발이라는 기회가 찾아오게 되고 동시에 재개발 지역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주민들의 반발로 재개발이 원활히 되지 않을 수도 있는 위기 또한 찾아온다.

 

이에 담당 공무원들이 '수남'에게 재개발 동의 서명을 주민들에게 받아오면 재개발이 잘 진행될 거라고 말하며 '수남'을 구슬린다. '수남'은 재개발을 위해 여기저기 다니면서 서명을 받다가 시위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도철'(동방우)의 집을 방문하게 된다. '도철'은 재개발 관련 서명인 것을 확인하고 '수남'을 때리고 서명서를 구기고 찢어버린다. 쫓겨난 '수남'은 훼손된 서명서를 접어 불을 붙이고 현수막에 던져 버린다. 그리고 그것은 타들어 가다가 '도철'의 집 가스배관을 폭발시키고 '도철'은 사망한다.


'수남'의 현실은 너무나도 참담하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도 말이다. 행복을 위해서 누구보다 성실하게 달려왔지만 현실은 그녀를 등지고 있었다. 타락하고 어두운 현실 앞에서 '수남'은 너무나도 순수하고 성실했다. 사실 영화에서 이것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수남'이 쓰는 글씨체가 무언가 특이하다. 마치 어린아이가 글쓰기를 배우고 나서 쓰는 글씨 같다. 이것이 현실과 대조되도록 은근슬쩍 드러내는 '수남'의 순수함이다.

 

그런 현실 속에서 결국 '수남'의 성실함은 잔혹함으로 변한다. 이 사회에서 불가피한 변화였을 것이다. 스스로 변한 것이 아니라 세상이 '수남'을 잔인하게 바꿔놓았다. '수남'이 행복을 위해 만들어온 성실의 탑을 무너뜨린 세상을 향해 '수남'의 복수는 어떻게 보면 합당하다.

 

사실 이 영화는 판타지다. 고통스럽다고 살인을 하는 게 정당하다고 봐주는 세상이 아니다. 하지만 그래서 이 영화의 비극성이 더 커진다. '수남'의 복수가 이 세상에서는 사라져 버릴 꿈이나 다름없다는 뜻이다.

 

'이정현'의 연기가 '수남'의 모습과 찰떡이다.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도 비슷한 분위기의 캐릭터지만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서의 '수남'은 '이정현'만이 할 수 있는 캐릭터임을 확신한다. 이 나라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해피엔딩에 도달할 수가 없는 현실을 이상적으로 보여주는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였다.

 

 

"미안해요, 그래도 제가 죽이는 거 이해해줘요. 전 그저 행복해지고 싶을 뿐이에요."

 

-수남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

3.5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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